본문 바로가기

영화

페노미논 (Phenomenon), 1996

페노미논이라는 영화는 아주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다. 더욱이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화려함이나 놀라운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무척이나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본 것은 2004년도인가, 케이블 TV에서 방영해주는 것을 할 일이 없어서 그저 막연히 보았을 뿐이다.

가끔 이런 영화들 중에서도 뭔가 와닿는 느낌을 주는 것들을 월척처럼 낚아올리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페노미논이라는 영화이다. 사전적 의미의 페노미논 (Phenomenon)은 현상이나 경이로운 사람을 지칭한다.

그냥 심심풀이용으로 쓰는 간단한 소감문이니만큼, 길게 쓰고 싶지는 않다.

줄거리


조지 몰리라는 한 사내가 있다. 이 사내는 무척이나 순박한 청년으로, 집에 작은 밭을 갖고 있으며 정비소에서 차를 고쳐주는 일을 하는 수리공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참한 청년으로 알려져 사람들 역시 그를 좋아한다.

이런 순박한 청년이 갑작스럽게 돌변한 까닭은 그의 생일날 술을 마시다가 바람을 쐬러 나오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섬광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 소리에 소스라치고 기절한 이후이다. 이 일이 일어난 뒤에 그에겐 이상한 변화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불면증으로 시작하여 잠을 자지 않는 동안 책을 읽기 시작하고, 무언가 계속 구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면서 한 편으로는 지식이 쌓여가고 집중과 이해가 빨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서 흥미를 느낀 조지 몰리는 자신들의 친구들에게 정확한 조언을 해주면서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 중에서 일부 친구들은 점차 똑똑해지는 몰리에게 불안한 느낌을 갖게 되고, 점차 조지 몰리가 자신들이 알던 사람이 아니게 되는 느낌을 받아가면서, 더 이상 그에게 예전처럼 대하지 못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런 낌새를 아직 눈치채지 못하는 조지 몰리는 이제는 공군 암호 무선을 해독하여 장난을 치기까지 한다.

더 나아가 조지 몰리에게 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말 그대로 자연과 교감을 하게 되고, 손을 대지 않고도 사물을 움직이게 하고, 텔레파시와 같은 힘을 갖게 되면서 일은 점차 커지게 된다. 그 중에서도 포르투갈 어를 20분만에 습득하고 식중독에 걸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오두막에 있는 통나무들을 손도 대지 않고 날려버리는 모습에 그의 친구들은 기겁을 한다. 뿐만 아니라, 지진까지 기계없이 자연과의 교감으로 맞추는 그의 모습에 대학 교수까지 찾아와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의 친구들은 이제 더 이상 조지 몰리를 가까이 하지 않기 시작하게 된다. 이 일에 더해서 지난 번에 해독하여 송신했던 암호문으로 인해 군대는 발칵 뒤집히고, 시설에 갖혀서 온갖 실험을 받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지 몰리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이 자신을 마치 외계인마냥 취급하는 모습에 화를 내다 유리를 손도 대지 않고 깨면서 친구들은 그를 공포와 두려움으로 대하게 된다.

조지 몰리의 이런 정신적 진퇴양난에 빠지는 상황에서도 그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사랑하는 여인을 통해서 치유받기 시작하고, 친구들 중에서도 그를 여전히 믿어주는 의사 선생과 농부 친구로 점차 기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에 도서관에서 자신을 마치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책 설명회를 열게 되면서, 분통을 터뜨리지만 오히려 친구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그 자리를 빌어 자신이 그동안 알게 된 지식들을 함께 나누고자 선한 취지에서 나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를 외계인과 초능력자로만 볼 뿐이었다. 그 과정에서 조지 몰리는 떠밀리면서 기절하게 된다.

다시 정신을 차린 그의 눈 앞에는 침울해하는 의사 선생님과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농부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들리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는 바로 그의 뇌에 종양이 있고, 그 종양으로 인해 뇌의 기능이 저하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가속시키면서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즉, 그는 죽음에 임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의 신비한 능력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다른 곳에서 찾아온 뇌 전문의는 그가 죽으면 시신을 검시하고 싶다고 하고, 군대에서는 그의 능력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등, 그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절망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몰리만이 아니었다. 그의 절친한 의사 선생님과 그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그의 농부 친구 역시 슬퍼한다. 의사 선생님은 평소에 자주 가는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중, 몰리의 옛 친구들이 그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것에 분노해서 일갈을 하고야 만다.

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더 절망하고 새벽에 밭을 가는 중 분노로 가득차지만, 그 순간 불어오는 살랑바람에 몸을 맡기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죽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그는 몰래 차를 타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곁으로 가서 죽음을 맞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죽음은 많은 것을 바꾸게 만들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의 생전보다 그의 친구들은 더 유대가 강해지고, 그 친구들에게 있어서 조지 몰리는 여전히 신비한 사람으로 남게 되지만, 이젠 그의 신비로운 것보다 따뜻한 자신들의 친구였던 조지 몰리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후기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의미에서는 사람이라는 동물에 대해 분노를 느끼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박한 청년이 내뱉는 말에 한 편으로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순박한 청년을 이끌어주는 것은 그를 믿어주는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휴먼 드라마 장르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사랑'과 '교감'이다. 사실, 소재는 매우 고전적이기에 흥미를 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괴로워하는 과정 중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그를 신용해주고 이끌어나가는 순간 순간의 모습이 뭉클한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도리어 많은 사람들에게 끼치는 짧막한 순간의 영상에는 무언가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그의 생전에 한 말들이 가슴 속에 많이 남기 때문이다. 영혼과 자연이라는 개체를 통해서 삶과 죽음을 논하고 있지만 종교적이지도 않으며, 이러한 과정 중에서 사후세계와 같은 두루뭉실한 것을 논하지 않는다.

그저 삶과 죽음을 통해서 맺어지는 인연과 영향을 다소 묵묵하게 보여주면서 가슴을 찌르는 무언가가 있는 영화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드는 영화이다.

Eric Clapton - Change the World (영화 페노미논 삽입곡)